One Chance - 게임이라기엔 인생과 흡사한


요즘 게임은 극명하게 다른 두 가지의 종류로 나뉘는 추세인 것 같네요.

한 쪽은 익숙한 메인스트림 게임입니다.
많은 자원과 인원을 쏱아부어, 비주얼로나 방대함으로나 플레이어를 압도하는 게임을 만듭니다.
온라인 게임 (워드 오브 워크래프트, 아이온) 이나 유명 콘솔게임 (스타크래프트, 엘더스크롤) 이 여기 속하겠지요.
한 게임을 만드는 데 수십 또는 수백 명이 참여하고, 제작도 오래 걸립니다.
비주얼이나 완성도 쪽에서 어중간하게 만들면 본전도 못 뽑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지요 ;ㅂ;

다른 쪽에 있는 것은 인디 게임입니다.
주로 웹 브라우저를 켜면 바로 할 수 있는 플래시 게임들이죠.
적으면 혼자, 많아야 10명이 제작에 참여하고 만드는 기간도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습니다.
이런 인디 게임의 장점은 접근성과 실험성입니다.
간편하게 켤 수 있고 플레이 시간도 오래 걸리지 않기 때문에 사람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겁니다.
또한, 만드는 사람 쪽에서도 게임 하나를 만드는 데 그렇게 부담이 없으므로
실험 정신을 발휘하거나 극단적인 성향을 가진 게임들이 나올 수 있는 계기가 됩니다.




One Chance는 이런 인디게임의 실험 정신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게임입니다.
(인디 게임이다 보니 그래픽이 뛰어난 건 아니에요 ㅎㅎ)






줄거리는 이렇습니다. 

주인공은 암을 고치는 바이러스를 개발합니다.
하지만 알고 보니 이 약은 암 세포뿐만이 아니라 모든 세포를 다 죽이는 바이러스였던 거지요.
이 백신은 빠르게 펴져가고 있고,
6일 안에 지구상에 있는 모든 생명은 죽을 예정입니다.
(글을 쓰는 것만으로도 우울해지네요)

세상은 죽어가고 사람들은 미쳐가고 주인공은 6일 안에 세상을 구하기 위해 단 한번의 기회가 주어집니다.





문제는 이 One Chance의 제목이 문자 그대로라는 것입니다.
플레이어는 이 게임을 하는데 단 한번의 기회가 주어집니다.
New Game이나 Replay 버튼 따위 없습니다. 한번 게임이 끝나고 나면 게임 껐다 키든 어찌됬든 영원히 게임을 다시 할 수 없습니다. 

단 한번 클리어할 수 있는 게임이니 공략이나 스포 따위 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제가 세 대의 컴퓨터로 세 개의 다른 엔딩을 본 결과 하고 싶은 말은 - 진정한 해피엔딩이란 존재하지 않더라고요.




아무튼 이 실험은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합니다.
우리는 게임에 있어서 세이브 로드 버튼에 너무 익숙합니다.
내 생각대로 안 풀리면 로드하면 그만이고, 죽으면 세이브 포인트에서 다시 시작하면 그만입니다.
저도 그렇고, "실제 살면서도 세이브 로드 버튼이 있으면 어떨까" 한 번은 생각해봤을 거에요.

하지만 인생은 그런 식이 아니죠.
매 순간이 선택이고 한 번 했던 선택은 다시 번복하지 못합니다.
항상 무언가를 얻기 위해 무언가를 포기하고, 게임처럼 완벽한 해피 엔딩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사실 쓰고 나니 당연한 건데, 이 게임이 그걸 상기시켜 주는 것 같아요.


아무튼 제게 적잖은 충격을 주었던 게임입니다.
플레이 시간은 길어야 15분인데 몇 주 가까이 곱씹었던 것 같아요.
여러분도 플레이 해보시고 저랑 비슷한 기분을 얻으셨으면 해요.
 
 


  • Sharp 2012.02.18 20:00 ADDR 수정/삭제 답글

    BGM이 막 머리를 맴돕니다. 제가 본 엔딩은 주인공 혼자 쓸쓸히 낙엽을 맞으며 눈을 감는 그 엔딩이었는데 정말 많은 생각 하게 되는 게임이네요.


    플래시 게임이 이 정도의 감동을 주다니. 일종의 충격을 받았네요. 좋은 게임 소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더블엘 2012.02.18 22:04 신고 수정/삭제

      게임의 매력은 언제든지 선택을 번복할 수가 있다는 거죠. 그래서 선택을 쉽게쉽게 하게 되요.

      하지만 이 게임은 모든 선택이 다 한번뿐이었기 때문에 그 "선택"의 의미가 매우 다르게 다가왔던 것 같네요.

      저도 이 게임을 하고 며칠 동안 계속 BGM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던 기억이 나요 ㅎㅎ

      아무튼 감사합니다!

  • 2012.02.20 21:35 ADDR 수정/삭제 답글

    전 연구만하다 죽었네요.

    연구를 아무리해도 소용이없네;;

    • 더블엘 2012.02.22 06:13 신고 수정/삭제

      사실 이건 스포일러지만.

















      모든 것을 포기하고 연구만 하면 살아남을 수 있어요.

      뭔가 지나친 분기포인트가 있으신 게 아닐까 싶습니다.

      하지만 대신 그 엔딩을 보기 위해 많은 것을 포기하기를 요구합니다. 해피엔딩은 아니죠...

  • 음. 2012.02.21 07:24 ADDR 수정/삭제 답글

    제가 대충 해봤는데 엔딩 자체는 한 5개 정도 있는 것 같고요..
    중간에 분기도 있네요(아내 생존 유무, 미치광이 등장 유무)
    주인장님 말씀대로 해피엔딩은.. 없네요...
    그나마 제일 해피한 엔딩을 꼽자면 박사 자신과 딸만이 살아남아서 공원에서 같이 앉아서 쉬는 엔딩인 것 같네요...

    • 더블엘 2012.02.22 06:14 신고 수정/삭제

      미치광이 등장 유무, 딸 생존 유무...

      제가 기억하는데 처음 이 게임을 플레이했을 때는 연구실에서 혼자 쓰러져 죽었어요.

      그래서 너무 충격을 받아서 다른 컴퓨터로 해피엔딩을 봤는데

      그것도 여전히 씁쓸함은 남더라고요...





      PS. 해피엔딩을 본 뒤 며칠 후에 다시 게임에 들어가면 빈 벤치와 초록색으로 변한 공원을 볼 수 있어요

  • 으앙 2012.05.05 10:48 ADDR 수정/삭제 답글

    칼빵 날리는데 디펜드를 못해서 죽엇네요

    으앙허무해 ㅠㅠ

  • zvezda 2012.07.21 05:43 ADDR 수정/삭제 답글

    엇 이거 다시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요......... 간단하네요 ㅠ 그래도 게임의 의미는 충분히 알듯합니다.

  • ...? 2012.09.23 18:57 ADDR 수정/삭제 답글

    그냥.. 눈물이 나오네요.

  • 푸후르 2012.12.17 23:58 ADDR 수정/삭제 답글

    와.. 정말 게임하다가 이렇게 진지하게 고민해본 적은 처음이네요. 좋은 게임 알려주셔서 감사해요. ㅎㅎ 리뷰도 잘 읽고 갑니다.

  • 니힐러스 2013.01.14 17:09 ADDR 수정/삭제 답글

    환상게임이라고하셔서 와타세 유우 만화의 국내
    번안제목을 생각했었네요 ㅋ.
    fantasy 배경의 게임일줄이야 ㅋㅋㅋ

엘더스크롤 주제가 "The Dragonborn Comes" 아카펠라




아효 예쁘기도 하셔라.


원곡 1: "The Dragonborn Comes"
(엘더스크롤 -스카이림)


원곡 2: "Rise of the Septims"
(엘더스크롤 - 오블리비언)




원곡 3: "Dragonborn"
(엘더스크롤 - 스카이림)






동영상을 보자마자 이건 내꺼야! 퍼와야되!

엘더스크롤 오블리비언과 스카이림의 주제가를 섞어서
어떤 매력적인 싱어송라이터 분이 "The Dragonborn Comes" 라는 노래를 작곡하셨습니다.
엘더스크롤 팬이라면 희열을 느낄 수 있는 커버이고,
엘더스크롤을 플레이해보지 않은 분이라도 즐길 수 있을 정도로 멋진 노래이네요.

  • d 2012.06.13 20:09 ADDR 수정/삭제 답글

    노래 너무 좋음 흐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