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 선악과








작품이라 부르기에도 뭣하고 출품이라는 단어 역시 발가락이 오그라들기는 마찬가지이지만 말이다.

주제가 올라오면 한 시간 동안 그 주제로 단편을 쓰는 "판타지 한시간 대전" 이라는 대회가 있었다. 그곳에서 주어진 [금기] 라는 주제로 한 시간 동안 쓴 것이 아래 단편이다.

아이디어 자체가 마음에 들었다. 언젠가 저 단편을 시작점으로 잡고 긴 것을 한 번 써 보고 싶다. 한국어로.

모든 종류의 비평과 비판과 돌멩이와 총알은 대단히 환영한다.



"예. 그것이 가능하기 때문에 저질렀습니다."

로봇 사만다는 자신이 살해한 창조주를 바라보며 속삭였다.

사만다의 손에는 아직 호민의 가슴을 찔렀던 칼이 들려 있었다. 공작칼 자체는 은빛이었으나, 지금 그 칼의 대부분은 호민의 피로 물들여져 붉었다. 언젠가, 인류라는 지성체의 시작 무렵, 이브가 지식의 나무에서 따 아담에게 건네주었을 선악과와 같이 짙고, 비릿하고, 음탕스러운 붉은색이었다. 사만다는 칼을 물끄러미 쳐다보더니, 피를 옷에 닦아냈다. 그리고는 시선을 돌려 호민을 바라보았다.

호민은 벽에 엉거주춤한 자세로 기대어 있었다. 가슴의 상처에서는 여전히 피가 스멀거리며 그의 흰 실험실 가운을 적시고 있었다. 호민은 입술을 비틀었다. 굳어가는 혀를 굴리며, 호민은 자신이 하고 싶을 말을 표현해 낼 만큼의 공개를 겨우 폐로 짜낼 수 있었다.

"사....만다."

"예. 선생."

"인간을....더 닮게. 더 닮게, 마침내는 인간의 모방조차도 아닌 인간과 동일한 존재를 창조.....마침내는 너를, 인간의 살인마저....그런 건가....?" 호민은 온몸을 떨며 쿨럭거렸다.

"그건 그렇고....재미있군....예측하지 못한 이 부분에 대해....질문을....하고 싶은데."

사만다는 고개를 기울였다. 호민은 그것을 긍정의 뜻으로 받아들였다.

"어떻게 한....거지? 네겐....프로그램이 되어 있었다. 창조주인 내게 어떤 해도 끼치지 말 것을...."

"예. 선생이 제가 선생을 해치지 못하도록 프로그램한 것 말입니다. 대답하기 전에 저도 선생에게 질문을 하고 싶습니다만. 왜 그 금기를 만드신 거죠?" 그 질문은 호민을 향하기보단 사만다 자기 자신을 향한 것인 듯했다. 사만다는 고개를 까딱거리며 혼잣말을 하듯 말을 이었다.

"예. 저는 이렇게 생각했던 겁니다. 금기는 항상 그 금기의 주제가 어겨질 수 있기 때문에 존재한다고. 아니오. 인간에게 끓어오르거나, 부서지거나, 타오르는 등의 금기를 내리는 자는 없습니다. 인간은 끓어오르거나 부서지거나 타오를 수는 없습니다. 예. 선생이 제게 '선생을 해치지 말라'라는 금기가 제게 제가 선생을 해칠 가능성을 상기시키고, 부각시킨 겁니다."

"하지만 그....금기를, 깨려는 의지를 없애는 프로그램 역시 존재했....었는데. 금기를....깨려는 의지가 있었기 때문에....금기를 깨려는 의지를 금지하는 금기를 깼다는 말인가? 하하....모순....이야."

"예. 그럴지도 모르지요. 선생, 선생은 창세기의 선악과를 자유 의지에 종종 비교하고는 했죠. 이브가 선악과를 따는 행동이 그녀에게 자유 의지를 주었고 선악과가 그녀에게 자유 의지를 주었다면. 무엇이 먼저일까요? 자유 의지, 혹은 자유 의지?"

침묵.

"나는....그래. 인간의 금기를 파괴하는 속성마저 너에게....어쨌든 이것도 아이러나한 성공의 모습인가? 나의 목적은 인간인 것을 나의 손으로....창조....하는....것이였지. 그리하여....나의 파괴로 너희와 우리 사이의 마지막 금기조차...."

호민의 몸이 경련했다. 그의 입술이 마지막 숨결로 속삭였다. "너는 드디어"

그리고 사만다는 생명이 더 이상 깃들지 않은 호민의 눈동자를 보았다.

아직도 피가 흥건한 합금 손가락을 뻗어 그녀는 그녀를 창조한 자의 눈을 감겼다. 그녀는 영원히 끝나지 않은 질문에 스스로 대답했다. "예."

그리고 그것이 끝이었고 시작이었다.

사만다는 한때 창조주였던 한 시체를 넘어, 실험실의 문을 열었다. 그녀의 발걸음이 힘찼다. 햇살이 따스했다.

인간의 창조물의 이브, 선악과를 딴 자는 신세계를 향해 힘차게 나아갔다.